책이야기

사랑은 경작되는 것.

맹물J 2023. 2. 12. 21:55

사랑은 경작되는 것.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사후)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 데 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 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 없는 말이다.


신영복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글이다. 1969년이나 1970년에 씌어진 글이다. 1941년생인 선생님은 29세쯤 되는 나이다. 젊은 사람들은 첫만남에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노라고 곧잘 얘기한다. 첫사랑을 얘기해도 억지 스러울 것이 없는 나이에 어찌 농후한 사랑 경작되는 사랑을 글로 쓰신 것인지. 그 당시 29세면 지금과 달리 훨씬 어른스럽고 성숙된 나이라서일까?

사랑은 가만히 있는데 절로 느낌적 느낌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느낌이 없진 않겠으나 그 순간의 관념이 벗겨지면 소위 콩깍지가 벗겨지면 사랑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참 사랑이 할 수 없다. 관념의 사랑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까?

하물며 동물의 본능이라고 하는 모성애도 아이를 낳는 순간 뚝딱 생겨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아이를 낳아 품에 안으면 넘 사랑스럽고 감동이 밀려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12시간을 넘게 틀고 낳은 딸아이를 간호사가 기진맥진 누워있는 나의 품에 안겨줬을 땐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먼저 였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안고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고, 어르고 하면서 내 아이란 생각이 새록새록 더 새겨진다. 점점 목도 가누고, 어느 순간 뒤집고 뽈뽈 기어다니는 단계가 된다. 천방지축 아무 것도 모르고 손에 잡히는 건 뭐라도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를 보면서 급 우울해지고 슬퍼지고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에 혹시 내가 사라지면 저 어린 것은 어떻게 될까? 상상만해도 가슴이 아린다. 그러면서 점점 더 아이와 유대는 강렬해지고 아이가 아프면 내가 더 아픈 것 같고, 아이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된다. 그렇게 끈끈하게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사랑은 점점 커져간다.

남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공유 경험이 많아지고 공감대가 많아질 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고, 즐거움도 함께 한 결과로 사랑이 커지는 것이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 비슷하게 공감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앎의 부족인지, 표현 방식의 부족인지, 사색의 부족인지 아니 모두 다 인 것같다. 신영복선생님의 글은 무릎을 치고, 고개는 끄덕끄덕, 때론 멈춤을 하게 만든다.

요즘 도서관 사서 알바를 하면서 좋은 점은 생각날 때 바로 원하는 책을 찾아 읽어볼 수 있다는 대단히 큰 장점이 있다. 읽고싶은 책인데 당장 없어서 미뤄야할 일은 잘 없다. 꼭 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야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니 한결 책 읽기가 편해진다. 1010전략으로 하루에 10페이지씩 10권 읽기는 읽던 책을 끝내지 않아도 다른 읽고싶은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참 매력적이다. 어야든둥 최근 책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자유로와져서 좋다.

#사랑은경작되는것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신영복

반응형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미노를 세워라.  (2) 2023.02.18
10배의 법칙  (0) 2023.02.15
관계의 최고봉  (2) 2023.02.09
왕비로 산다는 것  (2) 2023.01.27
성공 or 행복?  (4)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