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직장 찬스로 거제 한화리조트 숙박권이 나왔다. 몇 달 전에 예약된 것인데 딸램의 갑작스러운 뮤지컬 관람 스케줄로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 가야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5시 서면 드림시어터에서 딸램을 픽업했다. 차에 타자마자 배고프다는 딸램. 엄마는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손녀 사랑으로 챙겨 오신 단감과 귤이 있었기에 1시간 반 차 안이 평화로웠다. '하데스타운' 뮤지컬을 본 딸램에게 스토리를 듣는데 할아버지의 경청하는 자세가 아주 진지하시다. 딸램이 요약해 준 내용은 이렇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들은 어떤 연유로 하여 하데스타운이라는 지하 세계로 가게 된다. 이곳에 도착한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고 신의 노예가 된다. 거기서 살아 나오는 방법은 남자는 앞에 여자는 뒤에 서서 12일간을 걸어야 한다. 도중에 서로 말도 할 수 없고 어떤 신호를 주고받을 수도 없다. 뒤돌아 보아서도 안된다. 뒤돌아 보게 되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떨어져 평생을 살아야 한다.
두둥~~~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 날을 여자는 말없이 남자를 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의 안부가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결국 돌아보게 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뭔가 조금만 잘하는 일이 있어도 극찬을 하시는 할아버지는 오늘도 예외가 없다. 스토리를 간단명료하게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우리 손녀는 대단한 인물이 될 거라고 말씀하신다. 과분한 칭찬에 머쓱한 딸램은 그래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부산에서 거제도까지. 뭍에서 바다를 건너 섬으로. 지금같이 도로가 잘 닦이지 않던 시절에는 아주 큰 마음을 내어야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전에는 보통 사람은 아예 마음먹는 일조차 없던 일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시대를 잘 타고난 우리는 바다 위를 달리는 중이다.
거제는 여러 번 왔었지만 오늘은 참 다르다. 해 질 녘에 이 길을 달려본 적이 없는지라 조수석에 앉은 가장의 감탄사의 의미가 궁금하다. 단단히 사진을 남겨달라며 운전에 집중한다. 도착해 넘겨받은 사진마다 엽서다. 같은 다리를 한낮에 달릴 때와 저녁 무렵은 이렇게 다르다. 자연이 주는 감동을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은 좋구나. 같은 곳을 가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느 시간에 누구랑 가는가에 따라 시시때때로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가본 곳을 왜 또 가?' 이런 질문은 해보지 않은 사람의 질문이구나.
거가대교의 야경도 화려하다. 형형색색 변화하는 빛들이 황홀하다.
한화리조트 벨버디어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룸을 업그레이드시켜준단다. 6층에서 10층으로, 방이 2개 화장실도 2개. 이미 어두워져 전망은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쾌적한 환경에 감사해하며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4층 고메이 푸드코트에서 각자 주문한 음식도 흡족하다. 어른들은 굴국밥, 가장은 꼬막비빔밥, 딸램은 순두부찌개, 나는 알밥.
객실로 돌아와 맥주 한 캔으로 아버님, 가장, 나 세 명이서 나누어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은 모두 잠이 들었다. 점점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내일도 무리하지 않게 가벼운 여행을 하기로 한다.
#거제한화리조트 #벨버디어 #고메이 #거가대교 #하데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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