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방문하면 그 규모와 인파에 놀라기 마련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더더욱 밀려드는 사람들에 놀라게 된다. 혹시 공양이라도 할라치면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입이 쩍 벌어진다. 나의 놀람이 무색하게 모든 일은 빈틈없이 착착 진행된다. 구인사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구인사에 방문해서 각 법당마다 인사를 하는 순서를 알려드리려 한다.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구인사를 다니며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신 어머님께 전해 듣고, 함께 다녀본 얘기니 따라 해도 좋을 것이다. 비단 울어머님만의 의식은 아닌 것 같다. 소원하는 바가 있어서 염원을 세우고 구인사를 착실히 방문하시는 대부분의 신도들의 의식인 듯하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구인사 일주문(사찰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까지 걸어 올라가는 여정 자체가 조금 버겁다. 소요시간은 15분 정도니 튼튼한 젊은이는 걸어보는 것도 좋다. 많이 경사가 져 있고 정해진 차량 이외에는 금지다. 다리 힘이 약하고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분들과 동행하신다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상가가 늘어선 제일 왼쪽을 보면 매표소가 있다. 일반인들이 승차권을 구매해서 정해진 시간에 운행되는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신도들을 위한 봉고 셔틀이 운행된다. 매표소를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카페 앞 회색 보살옷을 입은 분들이 셔틀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여기는 정해진 시간이 따로 있지 않고, 그때그때 신도들이 모이는 대로 태워서 실어다 준다. 많이 기다려도 10~20분이면 탈 수 있다. 물론 공짜고 기사님도 왕친절맨이다. 내가 신도라 생각되시면 후자를 추천한다.
또 우리 어머님은 구인사를 방문할 때마다 1000원짜리를 두둑하게 준비하신다. 3배 절하는 곳마다 불전함에 넣기 위함이다. 우리 세 식구, 어머님, 아버님 5명이 함께 방문을 하니 적지 않은 개수가 필요하다. 우리 부부도 늘 챙겨야지 하면서도 나일론신자라서 그런지 매번 잊어 먹기 일쑤다. 그러면 언제나 어머님이 '내가 갖고 왔다'하며 챙겨 주신다.
셔틀을 타면 일주문을 통과해서 더 위에 접수실 앞에 세워준다. 그러나 영차영차 걸어 올라가는 경우라면 일주문이 보이면 참으로 반갑다. 일주문 앞에 서서 일배나 삼배는 기본이다. 쭉 더 경사진을 걸어 접수실을 지나 올라오다 보면 왼쪽에 10. 진신사리탑이 있다. 여기서도 서서 3배를 드린다. 이다음부터는 법당을 차례로 순방하며 삼배 한번 또는 두 번 세 번까지도 한다. 부처님이나 종정스님(종단의 최고 지도자) 상이 계신 방향마다 절을 하는 것이다. 천태종은 1, 2대 종정스님은 열반하셨고, 현재는 3대 종정 도용스님이 계신다. 아래는 방문하여 절을 하는 곳을 나열한다. 약도에 있는 번호와 비교하면 그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 12. 설법보전(대웅전) 삼배 3번
- 13. 삼보당 삼배 2번
- 14. 관음전 삼배 3번
- 20. 역대조사전 삼배
- 21. 광명전 삼배
- 23. 대조사전 삼배
- 적멸궁(적멸보궁 1대 종정스님 산소) 삼배
- 강 건너 산소(2대 종정스님 산소) 삼배
대조사전까지 삼배를 마치고 나면 오른쪽으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1대 종정스님 산소가 있다. 그곳에서 삼배를 드린다. 그 후 3분 정도 더 걸어가면 소백산 일대가 두루 보이는 곳이 있다. 9봉 8문이라 하여 아홉 개의 봉우리와 그 사이를 여덟 개의 문이라 한다. 갈 때마다 어른들이 팔을 쭉 뻗어 검지로 저기, 저기하며 아홉 개 봉우리를 알려주시지만 사실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내려오는 것까지 하면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참 법당을 방문하는 사이 공양시간(11:30~2:00)과 맞다면 공양을 먼저 하는 것도 좋다. 다 마치고 공양을 하려면 시간이 늦어질지도 모르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공양을 하면 변비와 성인병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양에서는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강 건너 2대 종정스님의 산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여기도 무료로 셔틀이 운행되고 있다. 단지 강건너 산소 가시는 분들이 타는 셔틀이 접수실 옆인지 주자장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접수실에 문의 바람)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셔틀은 접수실 옆에서 대기하면 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태화산파크 '를 검색해서 가다가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주차장이 보인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명당자리가 여기가 아닐까 싶다. 삼배를 드리고 산소 뒤로 일대를 돌아본다. 넓기도 하고 철 따라 참 이쁘게 단장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힐링이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줄기인지 금강인지 단양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이 가슴이 탁 트인다. 아버님은 2대 종정 대충스님과 친견도 하며 가피를 많이 받았다고 하신다. 특별히 불전함을 두둑하게 채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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