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명절 준비

맹물J 2023. 1. 18. 22:31

곧 1년 중 가장 큰 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내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아가씨네(딸의 고모내외)가 업종을 변경했다. 원래는 제과점을 해서 꽤나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 제과 브랜드가 곳곳에 생기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떡집으로 전향하셨다.

제과와 떡 기술자인 큰고모부(딸의)는 외모는 상남잔데 툭박진 손으로 빚어내는 떡케이크는 가늘고 선이 고운 여인의 솜씨다. 시골 떡집을 지키기엔 아까운 장인정신으로 재료며, 기술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떡집은 늘 문전성시다. 특히나 이런 명절이면 돈도 손님도 싫다할 정도로 일이 많아 힘들다. 그러니 온 가족들이 대동해서 돕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추석보다는 설날이 더 장기전이라고 한다. 설날 전 하루 이틀만 힘던 것이 아니라 떡국 손님 덕분에 몇주전부터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한단다. 행복한 비명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체험, 삶의 현장>에 떡집이 소개될 정도로 힘던 노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약속된 시간안에 떡을 완성할려면 잠을 줄이는 건 필수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머님, 작은아가씨 부부, 우리 부부는 떡집 일을 도우러 간다. 나만 1박 2일이지 다른 가족들은 2박 3일씩 집중적으로 헌신을 해야한다. 그 날이 내일부터다. 어머님께서 웬종일 떡일을 하면서 먹을 반찬을 준비하셨나보다. 어머님의 7색 나물과 작은아가씨의 18번 반찬 메추리알조림과 진미채볶음, 김치찜 사진이 가족톡에 올라왔다. 어머님,아버님께서 어른답게 구심점을 잘 잡아주시니 온가족이 무슨 일에든 대동단결이 잘 된다.

떡일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서로 위하고 챙겨주는 가족들이 함께 하는 일이라 재미도 있다. 쌀가루를 섞고 떡시루에 올리고, 찌고, 쪄진 떡을 식혀서 포장하는 것까지 분업도 잘되고 손발이 척척 맞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시작 당시 서툴고, 요령도 없을 때는 온몸으로 떼우다 보니 두번 다시는 해서 안될 일처럼 힘던 적도 있었다. 그런 어려움 다 이겨내고 참 잘 해내시는 큰아가씨네 부부가 자랑스럽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장인답게 훌륭한 떡을 만들어내지만 때론 시크한 큰고모부의 부족한 자리를 성품 좋고 인심 좋은 큰아가씨가 다 메워주니 환상커플이다. 이 환상커플 떡집 이름은 하동 '진교제일떡집'이다. 혹시 지나가는 길 있으시면 들러 보시라. 인심좋은 안주인을 만나실 수도 있다. 그러면 채언엄마 지인이라 말씀해보셔라. 하나 더 얹어주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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