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

맹물J 2024. 2. 3. 00:01

루이스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생뚱맞은 말부터, 한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 같거나 비슷한 발음이지만 다른 단어를 혼용해 쓰는 경우들이 많다.  이게 뭐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한참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너무 빈번한 말장난에 살짝 짜증스러워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이런 언어의 유희가 재미나기도 하다. 옮긴 이의 친절한 각주가 없었다면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 상황마다 불쑥불쑥 떠오른 생각들을 다 표현했더라면 이와 비슷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충분히 이해도 된다. 물론 여기서는 단순히 어린아이의 말장난을 넘어선 부분들도 많지만 말이다. 책에서 언급된 언어유희들을 샅샅이 찾아 기록해 본다.


p.22
"내가 지구를 뚫고 나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지구 반대편으로 가서 머리를 아래쪽으로 하고 걷는 사람 사이로 내가 뿅 튀어나오면 얼마나 재밌겠어! 반감(anstipathies)이라고 하던가.(이번에는 듣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단어를 틀리게 말한 게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  대척점(antipode)이란 말을 잘못 사용함.


p.49
"모두 앉아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금방 몸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
"으흠!"
"모두 준비됐니? 이게 내가 아는 이야기 중 가장 지루한 이야기야....."
....
"여전히 젖어 있어. 얘기를 들어도 전혀 건조해지지 않았는걸."
===> dry는 '건조한'과 '지루한' 뜻을 가짐


p.59
생쥐가 앨리스를 돌아보고 탄식했다.
"내 이야기는 슬프고도 길단다."
"아무렴, 네 꼬리는 길지."
===> 이야기(tale), 꼬리(tail)는 발음이 같음


p.61
"미안해, 다섯 번 꼬아야 했구나. 그렇지?"
"아니야(not)!"
....
"매듭(knot)이 꼬였다고? 저런, 내가 꼬인 걸 풀어줄게!"
===> 두 단어의 발음이 같다


p.62
"엄마, 가만히 있어요! 엄마도 처럼 입을 꽉 다물고 계세요!"
===> 입이 무거운 사람을 굴에 비유하기도 함


p.113
"실례가 안 된다면, 고양이가 왜 저렇게 웃고 있나요?"
...
"체셔 고양이니까 그렇지. 돼지야!"
===> 영국 체셔 지방의 치즈 가게 간판에 웃고 있는 고양이의 얼굴을 그려 넣은 데서 유래한 말로, 항상 웃고 있는 사람을 의미함.


p.116
"그건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낮과 밤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만 해도 그렇죠! 지구는 중심축을 도는 데 스물네 시간이 걸리잖아요."
"도끼 얘기를 하는 거냐. 저 애의 목을 베라!"
===> 중심축(axis), 토끼들(axes)  발음이 같음.


p.129
"너 아까 돼지라고 했니? 무화과라고 했니?"
===> 돼지 pig, 무화과 fig 발음이 비슷함


p.140
"네,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음악을 배워서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건 알아요."
"아! 그러면 설명이 되네. 시간을 맞는 건 견디지 못할 거야. 자, 네가 시간이랑 잘만 지내면, 시간은 네가 원하는 부탁은 거의 다 들어준다고...."
===> beat time의 beat를 박자를 맞추다 혹은 때리다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음.


p.148
"그래서 이 세 자매는... 길어 올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어."
"뭘 그렸다고요?"
"당밀이지."
===> draw는 끌어당기다와 그리다 두 가지 의미
                                  

p.149
"하지만 세 자매는 우물 안에서 살았다면서요."
겨울잠쥐가 말했다.
"물론 세 자매는 잘 있었지."
===> well 우물이라 명사, 적당히, 좋은 이라는 뜻의 형용사이기도 함

"세 자매는 길어 올리는 법을 배웠어. 별의별 것을 다 길어 올렸지. M자로 시작하는 건 뭐든 말이야."
"왜 M으로 시작하는 단어예요?"
"그러면 왜 안 돼?"
3월 토끼가 대답했다.
....
"... 그래서 M으로 시작하는 것들, 쥐덫, 달, 기억, 많은 것 등이 있지... 왜 '대동소이'라고 많고 적음이 비슷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많은 것을 길어 올리는 걸 본 적 있니?"
====> 3월 March과 당밀 molasses는 모두 M으로 시작한다. 쥐덫 mouse-traps, 달 moon, 기억 memory, 대동소이 much of muchness, 많은 것muchness


p.179
"물론 그럴 수 있지. 플라밍고와 겨자는 다 무니까. 그리고 이것의 교훈은... '유유상종'이라는 거다."
===> bite는 물다, 얼얼하게 자극하다는 뜻이 있음


p.180
"여기 근처에 커다란 겨자 광산이 있단다. 이것의 교훈은... '내 것'이 더 많아질수록, 네 것은 더 적어진다'란다."
===> 광산 mine과 내 것mine이 철자와 발음이 같음


p.190
"바다에 있는 학교에 다녔단다. 스승님은 늙은 거북이었지. 우리는 육지 거북이라고 불렀어."
"왜 육지 거북이가 아닌데 육기 거북이라고 불렀어요?"
앨리스가 물었다.
가짜 거북이가 발끈 화를 냈다.
"스승님이 우리를 가르쳤으니까 그렇게 불렀지. 너는 정말 멍청이구나!"
===> 육지 거북이(tortoise)와 우리를 가르쳤다(taught us)의 발음이 비슷함


p.194
"당연히 먼저 비틀거리기꿈틀거리기를 배웠지. 그리고 산수의 여러 가지 분야를 배우는 거지.... 야망, 방심, 추함 그리고 조롱을 배운단다."
===>비틀거리기(reeling)는 읽기(reading), 꿈틀거리기(writhing)는 쓰기(writing), 야망(ambition)은 덧셈(addition), 방심(distraction)은 뺄셈(subtraction), 추함(uglification)은 곱셈(multiplication), 조롱은(derision)은 나눗셈(division)과 발음이 비슷함

"또 뭘 배웠어요?"
"음, 수수께끼도 배웠지"
===> 수수께끼(mystery)는 역사(history)와 발음이 비슷함

"고대와 현대의 수수께끼, 바다 지리학도 배우고 느리게 말하기도 배웠지... 느리게 말하기 스승님은 나이 많은 바다뱀장어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오셨어. 느리게 말하기, 쭉 뻗기, 전선에 감겨 기절하기를 가르쳐주셨단다."
===> 바다 지리학(seaography)은 지리학(geography), 느리게 말하기(drawling)는 그리기(drawing), 쭉 뻗기(stretching)는 스케치하기(sketching), 전선에 감겨 기절하기(fainting in coils)는 유화로 그리기(painting in oils)와 발음이 비슷함

p.196
"나는 그 선생님한테 배우지 않았어. 웃기슬퍼하기를 가르쳤다고 하던데."
====> 웃기(laughing)는 라틴어(Latin), 슬퍼하기(Grief)는 그리스어(Greek)와 발음이 비슷함

"그래서 하루에 수업을 몇 시간 들었어요?"
"첫날은 열 시간이었고, 다음 날은 아홉 시간, 그런 식이었어."
"정말 신기한 시간표네요!"
"그러니까 수업이라고 하지 않니. 하루씩 줄어드니까 말이다."
===> 수업(lesson)과 줄이다(lessen)리 발음이 같음


P.206
"네가 원한다면 가르쳐줄 수도 있어. 왜 대구를 대구라고 하는지 아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왜 그런 거예요?"
"그게 부츠랑 신발을 하얗게 하잖아."
.....
"그럼, 너는 네 신발을 뭐로 만드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뭐로 그렇게 반짝반짝하게 만드는데?"
"아마, 검정 구두약으로 할 거예요."
===> whiting은 대구, 하얗게 만든다는 두 가지 의미
blacking은 검정 구두약, 검게 만들기라는 두 가지 의미


p.208
"부츠랑 신발은 뭐로 만드는데요?"
"당연히 서대기장어로 만들지. 이런 건 새우라도 알려줄 수 있겠다."
===> Sole 서대기, 신발 밑창이라는 의미
          eel 장어, heel 신발 굽라는 뜻

"어떤 물고기가 나한테 와서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돌고래랑 가는데?'라고 물어볼 거야."
"진심은 '목적이 뭔데'라고 물으려는 거 아니에요?"
===> 돌고래(porpoise)와 목적(purpose)의 발음이 비슷함

p.226
"그리고 저는 일주일정도 차(tea)를 마시려고 준비만 했으며... 버터를 바른 빵은 이제 너무 말라서, 그리고 차의 반짝이는...."
"뭐가 반짝인다는 거냐?"
"티(tea)로 시작하는 겁니다."
"당연히 반짝인다는 말은 티(T)로 시작하지! 내가 머저리인 줄 아느냐? 계속하라!"
====> 반짝이는(winkling), 차(tea), 티(T)

p.248
"저 타르트보다 더 분명한 증거는 없지. 그다음은 '그녀가 이런 불같은 성격을 갖기 전에...' 여왕, 당신은 전혀 불같은 성격이 아니죠?"
"전혀 아니죠!"
"그럼 이 시구는 당신에게 맞지 않아요."
===> 불같은 성격(have a fit)과 꼭 맞다(fit) 둘 다 fit이 들어감.

삽화를 포함한 250페이지 동화에서 말장난 같은 곳이 25군데가 넘는다. 어쩌잔 말인가. 어리고, 즉흥적이고, 말수 많고, 똑똑하진 않지만 호기심 많은 앨리스를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서로 읽으면서 이 말장난을 이해할 수 있는 실력이라면 좋으련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리하느라 긴 시간을 투자한 나는 또 뭘 어쩌겠단 말인가. 근데, 왠지 정리하고 싶어졌다. 이해 못 하고 어수선하기만한 뇌를 그냥 두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이상한나라의앨리스 #말장난 #앨리스 #언어유희 #피곤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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