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에스나비 독서모임 멤버인 은하쌤 소개로 감성순례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임신한 딸과 함께 다녀왔다며 강강추하신다. 감성순례는 경주에서 1박 2일 동안 5대 종교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부제는 '내 마음 다시 봄'이다. 이 프로그램은 '놀이와 답사연구소' 이수진 대표님이 기획하셔서 종교문화 공모전 시, 도 대회에서 각각 1등을 하고, 다시 전국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경주시와 경상북도,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3년간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올해가 2년째로 14번 개최된다. 그 중에 우리 가족은 7기로 다녀왔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경쟁률이 치열해서 접수 시작 시간에 맞춰 스탠바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참여한 7기도 7분컷으로 정원 30명이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 3명은 다행히 빠른 신청으로 무사히 예약을 마쳤다. 예약 확정 문자를 받고, 돌려받을 돈이지만 1인당 5만원씩 보증금을 입금하고 접수가 완료되었다.
예정대로 어제 24일 토요일 집결지인 황룡원을 향해 출발이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남편을 증산역에서 픽업해야 한다. 언제나 여행을 떠날 때는 마시거나 먹을 것이 필요한 법이다. 나는 아.아.를 딸램은 버블티를 테이크아웃해줄 것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남편이 먹을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나섰다. 퇴근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식구들에게 맞춰주는 남편이 고맙다.
1시간 20분을 달려 약속 시간보다 20분일찍 도착했다. 미리 대기하고 계신 진행자분들이 각자 이름이 적힌 에코백을 한개씩 나눠준신다. 그 안에는 이 번 일정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들어있다. 그 중에는 신라 서라벌시대 입었을 법한 조끼도 있다. 우리는 이쁘게 매만져 입고 안내해주시는대로 관광버스에 올랐다. 이수진대표님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설명해주신다. '어머나, 어째 저래 목소리가 맑고 좋을까? 타고 나셨네.' 참 듣기 좋은 음성으로 1박 2일 동안 만능 엔트테이너가 되어서 진행을 이어가심에 감동이다.
첫날은 동학 즉 천도교의 발상지 용담정과 유교의 학교인 향교, 경주 3.1운동의 발상지 노동리교회(현 제일교회)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각 종교 지도자들이 나와 설명을 해주시고, 적절한 타이밍에 정성스런 다과까지 준비해두셨다. 대표님 포함 스텝 일곱분이 일일이 따라 다니시며 한분한분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려주신다. 우리 가족은 10년 동안 찍은 가족 사진보다 이번에 찍힌 가족 사진이 더 많을 듯하다. 향교에서는 처용무도 보고 배우고, 대금 연주를 라이브로 듣기도 했다. 스포가 될 것 같아 너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아주 맛난 저녁을 먹고 숙소 황룡원으로 돌아왔다.
황룡원은 황룡사 9층 석탑을 본따 동국제강 회장님께서 200억을 투자해 지으신 것이라 한다. 경주에 사는 사람들 조차도 멀리서 보고 저 곳이 뭐하는 곳인가 한다는 데 여기에 편안한 숙소까지 마련되어 있다. 탑돌이를 마지막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여장을 푼다. 미성년자나 부모님을 모시고 참가하면 가족끼리만 룸 하나를 쓸 수 있는 배려도 감사하다. 이 번 기수는 최연소 10대(울 딸램)과 최고령자(80대 중반)가 함께 참가한 의미있는 차수라고 말씀해주신다.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다음날 아침 6시 황룡원 9층에서 아침예불을 드린다. 이 곳은 선택된 몇몇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법당이라고 한다. 예불을 드리고 법당문을 열고 나오니 여기가 전망대다. 경주월드도 보이고, 이 탑이 쏙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짝지 건물도 보인다. 옆에 계신 분이 암빌딩, 수빌딩 일부러 그렇게 건축한 것이란 부연 설명도 해주셔서 알았다. 또 놀라운 것은 석굴암은 본디 유리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석굴암을 그대로 재현해서 안에 들어가서 문양 하나하나 부처님, 보살님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석굴관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이 역시 동국제강회장님께서 30억을 들여 중국에서 6개월 동안 만든 것을 경주로 가져와서 또 6개월에 걸쳐 완성한 것이라 한다. 무엇보다 이수진대표님의 찰진 설명이 기가 막히다. 이런 건축 하나하나에 과학이 들억가지 않으면 이토록 오래 보존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황룡원에서의 아침을 마무리하고 간단한 뷔페식 조식을 먹고 남산을 향해 출발이다. 불교를 체험하는 코스라고 하는데 사찰이 아닌 남산을 간다. 남산 곳곳이 불교유적의 보고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절터, 탑, 불상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란다. 맨날 산책과 소나무와 명상의 시간도 있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하는 부처님의 사진을 찍으신 훌륭한 작가님이 동행하며 자세한 설명도 해주신다. 그렇게 힘들게 등산했다고 하산해서는 맛난 산채비빔밥을 먹는다. 30분 등산코스를 3시간을 소요하는 스케줄이란 사실은 안비밀이다. 마지막으로 카톨릭을 체험할 수 있는 진목정을 거쳐 황룡원으로 복귀한다. 황룡원 4층에서 또 맛난 다과와 함께 선물도 받고, 각자 소감을 나누고 끝이다.
와~ 정말 감동의 1박 2일이다. 내 돈주고 가는 웬만한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에 비길 바가 아니다. 다 마치고 안 사실이지만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앉으셨던 전 동국대총장님께서 너무 완벽한 프로그램이라고 극찬을 하신다. 누님 두분을 모시고 왔는데 처음에는 한 분이 대기 상태라 결국 재수를 하고 함께 오실 수 있게 되셨다고 한다. 역사라고 하면 지겨운 것으로 주리를 트는 나같은 사람도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동학과 유학 아니 천도교과 유교를 현장 체험을 하니 더 이상 억지로 외우는 과목이 아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학년별로 체험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참말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가이드 섭외하지 않아도 내가 애써 찾은 것보다 더 훌륭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내 돈 들이지 않아도 되는 멋진 프로그램이다. 단지 단체 활동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프로의 향기가 느껴지고 성심성의껏 가이드해주신 이수진대표님과 늘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친절히 안내해주시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시는 스텝들께도 너무나 감사하다. 4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보니 식사때마다 함께 하셨던 소방관아저씨께도 감사를 전한다. 아내되시는 분이 대기 2번이였지만 결국 함께 오지 못해서 혼자 오시게 되었다고 한다. 식사후 우리 식구에게 맛난 아아와 아이스티도 사주셨는데 갚을 길이 없다. 참 아쉬운 점은 주변머리가 없어서 우리 식구들끼리만 다니고 함께 참여하신 다른 분들이나 스텝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듣는 것도 참 재미날 텐데 말이다.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좀 푼수댁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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