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간장게장

맹물J 2023. 1. 10. 06:50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전에

가만히 알들에게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신영복의 마지막강의 담론(p.19)

공부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 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담론 p.19)

 

신영복 작가의 <담론>은 와이에스나비 독서모임 토론도서로 선택했다가 잠시 보류한 책이다. 너무 생각거리가 많고, 새길 말씀이 많아서 2주 동안 후루룩 읽고 나눌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하는 것. 우리 인생에 가장 먼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것. 이것이 쉽지 않기에 공부가 어려운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더더욱 그렇다. 

 

<담론>에 안도현 시인의 간장게장 시에 대한 언급이 있어 찾아보았다. 가만히 읽어보면 나같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반응이 느린 사람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행히 나는 간장게장을 즐겨먹지 않은 것에 감사가 나온다. 시제는 '스며드는 것'이다. 작가인 안도현 시인이야말로 공부가 아주 많이 되어지신 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멀다는 머리, 가슴 여행을 KTX 아니 자기부상열차라도 탄 듯이 다녀오시니 말이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내려가는 것이라는 것을 선 몇개로 표현을 주셨다. 어야든둥 담론은 꼭 마스터를 해야할 책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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