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레시피

떡볶이

맹물J 2023. 2. 19. 20:52

남편이 없는 날, 딸과 둘이 하는 식사는 으례히 일품요리가 된다.  퇴근하는 길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나 떠올리면서 딸에게 전화를 건다.
"채언아~ 오늘 저녁에는 뭐 먹고 싶어?"
"음.... 맛있는 거!"
"고기 재워 놓은 거 있는데 궁중떡볶이 어때?"
"그제 먹었는데? 로제떡볶이! 로제가 맛있어."
"로제? 생크림이 없는데?"
"궁중떡볶이에 우유랑 고추장만 들어가면 되는거 아냐?"

로제떡볶이라고만들었는데 색깔이ㅠㅠ

나보다 낫다. 유뷰브에서 살짝 힌트를 얻어 로제떡볶이를 만들 궁리를 한다. 다행히 평소에는 잘 없는 베이컨 몇 조각과 오뎅이 냉동실에 있고, 재워놓은 고기, 떡볶이떡도 냉장실에 있다. 양파랑 얼추 이래저래하면 될 것 같다. 아침,점심 쌓아둔 설겆이 거리를 외면하고, 떡볶이부터 만들어 내놓는다.
"엄마, 예서집에서 시켜먹었던 로제떡볶이 맛이 나. 엄마 처음 해보는거지?"
"응, 맛있다는 뜻?"
"응, 맛있어."

딸은 떡볶이를 좋아한다.
"채언아, 어떤 떡볶이가 맛있어? 빨간떡볶이? 궁중떡볶이? 로제떡볶이?"
"빨간 것도 맛있는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로제."
"궁중떡볶이는?"
"그것도 맛있는데 짰어."

딸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엄마가 만든 음식에 맛이 없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혹시 입맛에 맞지 않아도 마음 상할까봐 에둘러서 얘기할 줄 안다. 이런 딸이 10년쯤 후 집을 떠나서 살게 되면 엄마 음식이 그리워질까? 그 때 울딸은 엄마가 해준 무슨 음식이 먹고싶다고 할까?

우리 엄마가 해준 음식하면 소고기국, 고등어무조림, 갈치조림, 바르르 살짝 끓여낸 자박자박 된장찌개가 생각난다. 똑같은 된장을 가져와서 끓여봐도 엄마가 해주시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특별한 비법을 딸에게 숨기고 알려주시지 않는 것도 아닐텐데... 다행히 엄마가 아직 가까이 계셔서 1시간만 달려가면 엄마가 해주시는 맛난 반찬을 먹을 수 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중에 내 딸이 엄마가 해주는 그리운 음식을 떠올리기 쉽도록 좀 더 건강하고 맛있고, 딸 취향에 딱 맞는 요리를 더 궁리해봐야겠다. 지금은 아마도 요런 연결이 될 것 같다.
'엄마와 떡볶이'
'엄마와 찹쌀케익'

나만의 특제 떡볶이라도 개발해야하나? 건강하고 맛있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뭐 없을까?

#떡볶이 #로제떡볶이 #빨간떡볶이 #궁중떡볶이 #엄마와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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