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가을 가을 가을

맹물J 2024. 11. 26. 20:58

비가 온다. 요즘은 기온이 점점 내려가니  따뜻한 햇볕이 비치는 날이 참 좋다. 적당한 잠바를 하나 걸치고 나가면 아직은 산책하기 제격인 날씨가 고맙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감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오늘 날씨는 비다.  추위를 재촉하는 비 같아 반갑진 않지만 '우중 산책'을 즐겨 보리라 맘먹는다. 옷은 패딩으로 단단히 챙겨 입고, 큰 우산을 각자 쓰고 나왔다.

어디를 봐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귀차니즘 탓인지 감성이 좀 무딘 것인지 나는 그냥 지나치는 것도 순간순간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 부지런한 가장 덕분에 글과 함께 올릴 사진이 있어 감사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동네가 가을 풍경 제대로네."

며칠 전부터 거실 창문을 통해 맨 눈으로 줌 인 줌 아웃을 하며 여기저기를 살피던 가장이 말한다. 검지로 멀리를 가리키며
"저어기는 은행나무가 좋고, 조오기는  단풍나무가 좋네."
저어기와 조오기는 주말에 다 둘러봤기에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지나는 길에 반납기간이 지난 지도 모르고 읽고 있던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들렀다. 상호대차를 신청해 놓고 기간 안에 찾지 못해 자동회수 위기에 처한 책을 사서분이 "찾으러 오실 것 같아 대출해 놨어요." 한다. "아~ 넘 감사합니다."
시골 도서관이니 오는 사람이라야 빤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 나를 기억하고 챙겨놓는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실 첫인상은 무뚝뚝하고 툭박진 어투가 거슬렀지만 지날수록 정감이 가는 분이다. 시골이라 이런 점도 좋다.  

참새가 방앗간을 놓칠 수 없다. 걷다 보니 밭뷰가 쫙 펼쳐진 투썸플레이스가 보인다. 뜨아를 한 잔씩 마시며 가장은 폰삼매경, 나는 <채식주의자>를 마무리했다. 왜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했던 동생이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고 결국 정신병자로 마무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20대 중후반 참 멋진 여류작가라 생각하며 겉멋으로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곤 했다. 그러나 깊은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둡고 침울함 일색의 소설에 마음을 닫아버렸다.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다시 읽지만 그 마음은 열리지 않는다. 몇 권을 더 읽어봐야 알 일이다.  

돌아오는 길 붕어빵을 한 마리씩 낚았다. 글쓰기를 해야 하지 않냐며 사진을 찍어준다. 이미 내 것은 주둥이는 먹히고 없다. 평일에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가을가을 #단풍나무 #은행나무 #투썸플레이스 #한강 #채식주의자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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