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고구마 줄기

맹물J 2024. 11. 23. 22:13

친정에서 어쩌다 보니 큰 소쿠리 가득 엄마가 따 놓은 고구마줄기를 몽땅 가져왔다. 너무 부드러워서 그냥 보기 아까워 따서 손질하셨단다. 건강도 그닥 좋지 않은 엄마가 애써 다듬어 놓을 걸 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사 와서 만만한 이웃도 아직 사귀지 못해   어디 줄 사람도 없다. 욕심에 다 가져오긴 했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가장이 넘 좋아하는 반찬이긴 하지만 고구마줄기볶음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손질하기도 번거롭고 내 재주로는 도저히 저 풀들이 맛을 낼 것 같지 않아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단이 생겼다.

고구마 줄기로 할 수 있는 반찬은 볶음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엄마가 힌트를 하나 주셨다. 고등어조림할 때 김치처럼 넣으면 맛나다고. 아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여야 든 둥 친정에서 가져온 고구마, 쪽파, 대파, 상추, 어머님이 주신 단감까지 씻고, 소분하고 정리해서 냉장고에 꽉꽉 채웠다. 마지막으로 고구마줄기를 큰 웍에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를 데쳐냈다. 헹구고 소분까지 완료하니 이 시간이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먹을 작정이다. 우리 집 냉장고는 고무줄 빤스라도 입은 걸까? 어찌어찌하면 어떻게든 들어간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오늘 포스팅을 못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부랴부랴 적는 중이다. 냉동고에 모셔질 여덟 봉지와 내일이라도 당장 볶음용으로 쓰일 한소쿠리가 있다. 한 달에 두 봉지씩 먹어도 넉 달은 먹어야 한다. 조만간 우리 동네 석계장이 서는 날 고등어를 사야겠다. 아 장날이 4일, 9일이든가? 그러면 당장 내일이다. 안성맞춤! 넉 달 후면 나는 고구마 줄기 반찬 전문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반찬은 무가 푹 익은 고등어조림과 볶은 콩간장이다. 엄마가 해주실 때는 그렇게 맛나게 잘 먹었는데 정작 내가 엄마가 되고서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내일 당장 도전이다.
눈 감고도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반찬 몇 가지는 있어야 진정한 주부 아니겠는가.


#고구마줄기 #고구마줄기볶음 #고구마줄기고등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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