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끼리끼리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광경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마지막 남은 가을향기라도 느껴보자며 정원이 넓은 카페 토곡요에 들렀다. 집에서 불과 10여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대형 카페가 많은 것은 장점이다. 평일 오픈시간에 가면 우리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야무지게 한방 맞았다. 오픈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우리보다 앞서 와 있는 분들이 있다.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거리에서 삼삼오오 앉은 분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 오늘 신경 좀 썼어요.' 하는 차림으로 4명의 4~50대는 연신 정원을 오가며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어떤 분은 혼자 온 듯한데 삼각대와 셀카봉까지 동원하여 단풍나무, 은행나무 바꿔가며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
우리 뒤로 실내 테이블에 앉은 분들은 서로 이웃인 듯 수수한 차림에 모두 손에는 뜨개실을 잡고 수다에 여념 없다.
손님이 없을 줄 알고 정원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긴 테이블에 앉으려다 한 발 늦어 빼앗긴 자리에 앉은 사람들. 그녀들은 어떤 관계인지 한 분이 가져온 커피원두팩 같은 것을 나누고, 노트북을 켜둔 채 얘기를 한다. 중년 아줌마들임에도 대화가 조용해서 오히려 눈길이 간다.
내가 지인들과 카페를 다닐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모습들이다. 어쩜, 무리무리 팀마다 다른 텐션, 다른 컬러, 다른 향기를 지녔다. 팀마다 한 명씩을 골라 다른 테이블로 보내면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것 같지 않다.
내가 속한 팀의 색깔을 내가 인위적으로 골라 칠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모르게 풍겨 나오는 향기는 어쩔 수 없겠다. 바꿀 수도 없고.
#유유상종 #끼리끼리 #이사람저사람
#토곡요 #양산상북 #상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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