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이 산 세월이 30년은 되는 것 같다. 고등학생부터 자취를 했고, 대학생 때도 기숙사, 아님 자취생활, 그 후로도 부모님 집을 떠나 살았다. 혼자 사는 집에는 TV를 들이지 않았다. 어쩌다 친구집에 가서 TV를 보게 되면 친구보다 TV드라마에 빠져 대화가 안 될 지경이다. 정작 친구는 습관적으로 켜놓았을 뿐인데 나는 쉽게 빠져든다. 그렇게 몇 시간 보내고 나면 허탈하기 이루 말할 데 없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의도적으로 TV를 멀리하다 보니 이제 없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결혼을 해서도 TV는 있지만 인터넷 연결을 해서 다큐나 영화를 보는 용도다.
얼마 전부터 딸램과 '우영우'를 보기 시작했다.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딸램이 친구들한테 듣고 와서 그렇게 재밌다고 보고 싶어 했다. 어쩌다 여행을 가서 숙소에 TV가 있으면 '우영우'를 같이 보자고 했다. TV 앞에 멍청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꼴 보기 싫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번에는 영어로 듣는다는 전제하에 같이 보기로 했다.
오늘은 운동을 하겠다고 맘을 먹기도 해서 실내 바이크를 타면서 '우영우'를 보기 시작했다. 30분만 바이크를 타자고 생각했다.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바이크에서 내려와 리모컨을 쥐었다. 빨간 종료 버턴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린 채 TV 앞에 서서 자그마치 30분을 더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집중력! 놀라워라!' 내가 어떤 일에 이토록 몰입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간이면 벌써 마트를 다녀왔을 시간인데. 운동도 할 겸 걸어서 다녀오리라던 계획은 무산되고 얼른 차 키를 찾아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우영우' 드라마에 무슨 특별함이 있어서 이토록 빠지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 머리로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챗gpt가 생각났다. 그래서 질문해 봤다.
"내가 '우영우'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챗gpt의 답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우영우의 독창적인 사고방식과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2. 우영우가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감동을 준다.
3. 자폐에 대한 오해와 편견,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의 중요성을 보여주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4. 우영우의 순수한 면모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는 웃음과 감동을 준다.
배우들이 매력적이라든지 이런 내용이 없다는 것이 좀 미흡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 놀랍다. 막연했던 마음이 조금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한편으론 사람의 마음에 대한 정의도 AI가 내려주는 세상이 머지않은 듯하다. 그러면 AI가 인간의 마음을 읽는 눈이 생겼다는 걸 기뻐해야 할지, 사람이 귀찮다고 자신의 마음조차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AI에게 맡겨 버려 일심이체, 일심삼체,..., 일심다체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우영우 #챗gpt #마음을묻는다 #드라마
'맹물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본 소득을 주는 세상이 온다면? (5) | 2024.10.31 |
---|---|
산책 후 티타임 (2) | 2024.10.29 |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 않아야 찾는다 (1) | 2024.10.25 |
저속노화 부작용 (3) | 2024.10.24 |
음식은 손맛이 아니라 기분 맛 (4)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