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속노화 식사법>을 읽고 바로 실천에 옮겨 보기로 했다. 우선 매일 빠지지 않고 먹는 밥부터 바꿔보자. 밥만 먹어도 영양이 치우치지 않도록 골고루 섞자.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렌틸콩을 주문했다. 집에는 귀리와 현미가 있다. 아침마다 콩물을 마시고 있으니 굳이 다른 콩은 더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에도 귀리를 섞어 밥을 짓긴했지만 그 비중이 적었던 것같아 과감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어제 점심, 저녁으로 먹을 쌀을 씻으면서 백미, 렌틸콩, 귀리, 현미를 4:2:2:2로 했다. 늘 흰쌀밥을 먹고싶다는 가장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했지만 무시했다. 타박하는 목소리를 미리 잠재워야겠기에 책 속 아래 문구를 사진 찍어서 카톡을 날렸다.
"매일 흰쌀밥을 먹는 것은 가속노화 쪽으로 풀 엑셀을 밟는 것과 비슷하다."
흰쌀밥은 가속노화 풀엑셀! 아주 자극적인 멘트다. 그래서인지 가장이 금방 "OK"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먼저 밥을 지어서 혼자 점심으로 먹어봤다. 비쥬얼은 그닥 좋다고 할 순 없다. 그래도 귀리의 톡톡 씹히는 식감과 맛은 좋고, 렌틸콩은 팥맛 비슷하고 퍽퍽해 떡고물로 어울리겠다. 밥으로 씹히는 맛은 별로다. 그래도 건강에 좋다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만하다. 수업을 마치고 늦은 저녁식사로 밥 반공기를 먹었다.
문제는 오늘 아침. 식사 후 언제나처럼 화장실에서 비우고 나왔다, 몸이 가볍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싸아~'하니 아프다. 급히 화장실에 달려갔다. 평소와는 강도가 더 있는 다른 아픔이 지속된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다. 어릴 때처럼 시골 거름밭에 궁뎅이를 까고 눴다면 귀리가 자랄 것 같다.
내가 너무 했구나. 불로초는 못먹어도 저속노화 식사는 따라해보자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내 위장은 아직 내 마음을 받아들일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마음만 앞선 실행력에 위장은 반항했다. 거의 소화를 시켜주지 않았다. 미안하다.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았으니. 백미, 귀리 8대 2의 비율을 갑자기 4대 6으로 바꿨으니 반란을 일으킬만도 하다.
50평생 살면서 입에서 삼켜진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매운 것이나 알콜 같은 것은 입에서 일단 받아주지 않아서 못 먹을 뿐이다. 그런데 나이 탓인지 나에게도 소화가 되지 않는 음식이 있다니. 일단 진정을 시켜야겠기에 어제 씻어놓은 잡곡에 백미를 2컵 더 섞었다. 비중은 어찌 되는지 모르겠고 일단 눈에 하얀 것이 더 많이 보이게 했다. 아직은 괜찮다. 내일 아침이 되어봐야 제대로 알겠지만 별 탈 없기를 기대한다.
#저속노화식사 #잡곡밥 #백미 #렌틸콩 #귀리 #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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