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또 하루가 저문다

맹물J 2024. 10. 15. 21:43

어제 이 시간, 이 자리 식탁 테이블에 앉아 글감이 없다며 머리를 쥐어짰다. 그런데 벌써 24시간이 지나 같은 고민으로 앉아있다. 오늘은 글감이 없는 것보다 벌써 만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와닿는다. 40대는 시속 40km, 50대는 시속 50km, 60는 시속 60km, 70대는 70, 80대는 80으로 세월이 간다고 했던가. 정말 금방 2024년도 지나고 25년이 올 것 같다. 아직 2024년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지지도 못한 맘인데.

비트윈 블로그에서


남편도 나도 친구들보다 10년은 늦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들의 늦둥이라 할만한 손녀를 돌봐주시는 어머님도 보통의 할머니들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드셨다. 그럼에도 정말 지극정성으로 손녀를 돌봐주셨다. 몸이 가볍고, 걸음걸이가 빠른 어머님을 보며 이웃 사람들은 날아다닌다고 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제트기 보살'이었을까. 그런 어머님이 그 손녀가 14살이 되니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 주말에는 급기야 협착증으로 시술까지 받으셨다. 어쩌다 딸램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안고 업고 손잡아 주시는 어머님이 참 예쁘고 젊으셨다. 또 그 옆에 당시는 참 나이를 많이 먹었다 생각했던 아이 엄마가 지금은 앳되보인다.  시간은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 어머님 얼굴에도, 내 얼굴에도 주름을 만들었다. 게다가 어머님의 신체 기관은 하나하나 고장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며칠 전 저녁밥을 먹던 가장이 말한다.
"미앙물도 이제 목에 주름이 생긴 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네."
"건조하고 피부가 쪼글 해지는 거 같죠?"
가끔 스스로도 느끼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는 처음 듣는 말이라  참 생경하다.

요즘은 연세 드신 분들이 제법 중요도가 있는 일도 놓치고, 일어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야 아야야' 소리를 내고, 잇몸이 내려앉아 이가 길어지고 벌어진 틈 등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젊을 때는 영영 올 것 같지 않던 40대가 훌쩍 지나고 50대에 진입한 지도 제법이다. 지금은 팔순이신 어머님 나이가 너무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라 겁난다. 이제는 진정 방황을 끝내고 내 길을 가는 게 옳다. 순간 순간 살아있고 깨어있어 헛된 시간이 되지 않게 하고 싶다.

#가는세월 #노화 #나의길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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