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언이가 반친구들과 마니토 놀이를 한다. '친구사랑 주간'이라고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거란다. 월요일에 마니또를 정했다. 비밀이지만 엄마는 반친구들에게 알릴 일이 없으니 살짝 얘기해 준다. 예전에 우리 집에도 놀러 왔었던 남자아이다. "안녕하세요. 채언이의 믿음직한 친구 ~~~ 입니다."라고 외치며 존재감 있게 인사를 했던 아이.
마니또를 정하고 이튿날 화요일부터 수, 목, 금 차례로 점증효과를 이용해서 점점 큰 선물을 주겠단다. 친구들이 오지 않는 이른 시간에 등교를 해서 몰래 사물함에 넣겠다며 나선 화요일.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채언아,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으응.. 방송부 일 때문에... "
친구들 마음도 다 비슷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체육시간을 틈타 성공했다고 한다. 나갔다 들어오니 그 아이 주변에서 웅성웅성 친구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 봤구나 생각했단다.
오늘은 3일째 다이소를 같이 가자고 한다. 초딩들의 대표 쇼핑몰, 다이소!
"밥도 세 그릇은 기본이고 뭐든지 다 잘 먹어서 먹을 것을 사줘야겠어. "
다이소에 과자도 판다는 사실에 놀란다. '아 그렇지. 뭐든지 다 있어야 하니까 당연하지.'
퇴근 후 늦은 시간이지만 목메고 기다리는 딸램을 실망시킬 수 없어 태워다 준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딱히 용돈이 따로 없는 채언이는 들어온 돈을 최대한 아껴 사용한다. 대부분 친구들 생일 선물로 나가고, 친구들이나 동생들 간식 사주는 비용으로 쓰인다. 하늘색 지갑에서 꼬깃꼬깃 접힌 1000원짜리를 정리해서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니 대신 내어줄까 생각도 하다가 참는다.
"엄마, 이제 돈을 더 열심히 모아야겠어."
"왜?"
"내 생일이 다가오잖아. 엄마가 올해부터는 생파 집에서 안 해주고 5만 원만 지원해 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 용돈을 보태야 할 것 같아."
작년에는 두 팀으로 나눠서 10명이 훌쩍 넘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생파를 했다. 올해도 헤아려보더니 세 번은 해야 할 것 같다고.
"젤 친한 친구들하고 한 번만 하지?"
딸램 성격에 아쉬워서 그렇게는 안될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아빠와는 달리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딸램이라 친구들이 많다. 친구 한 명 한 명 배려하고 공들이는 모습을 보면 때로 내가 배울 때가 있다. 딸램이 타고난 기질대로 맘껏 뽐내고 살아갈 수 있게 생파지원비를 올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참 큰 변화 없이 조금씩 조금씩 자란다 생각했더니 지금은 급성장기인지 옷들이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다. 잠옷도 잘 안 벗겨진다고 한다. 아동용 제일 큰 사이즈와 성인용 작은 사이즈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제 받아본 아동용 큰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아서 결정했다. 앞으로는 성인용 작은 사이즈로 하기로. 춘식이를 사랑하는 춘장이인 딸이 너무 갖고 싶어 했던 춘식이 잠옷. 프리사이즈라 안 되겠다고 마음을 접더니 이제는 커도 입겠단다. 교환은 없다고 못을 박고 주문했다.
세상 만물이 다 변화해 가는데 내 아이가 변화해 가는 것도 당연하다. 아이는 성장하고, 나는 늙어간다. 내 딸아이에게도 학창 시절이 영원하지 않고 성인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그 시기에는 어떻게 알겠나.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짐작이라도 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극복해야 할 역경도 만나겠지만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이 힘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몸도 마음도 성장 중인 내 딸! 채언아!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살자.
사랑해."
#딸은성장중 #마니또 #춘식이잠옷 #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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