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친구

맹물J 2023. 7. 3. 05:55

반년 전 만났던 네 얼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에 안도도 잠시.
얼굴의 반이상을 마스크를 끼고 나타난 너.
멀리서 저건 뭔가?
저렇게 아줌마티를 내다니.
 
가까이서 반가운 인사 뒤로
뭔가 심상찮은 너의 낯빛.
속으로만 놀란다. 
 
카페에서 커튼 같은 마스크를 벗고 
어색한 표정으로 앉은 너.
놀라움 지수는 꼭대기를 향해 치닫는다.
대수롭지 않은 듯
화장품의 화학성분 탓이라고 둘러대는 너.
은혜도.....
나도.....
 
애써 캐묻지 않아도 
불편한 답을 하지 않아도
어찌 모를까?
내 삶이 고달팠노라 하소연했던 것은 애교로 비칠 터.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너의 정신 승리에
몸은 승리하지 못했구나!
 
아사히와 칭다오를 홀짝이며 
두통을 참아가며 얘기를 나눴지.
"이제는 나를 챙겨야 할까부다."
욕지거리가 목구멍을 치받쳐 올라오는 것을 다시 삼킨다.
'이제? 이제야?'
"... 그래, 지금부터 시작하자. 회복될 거야."
 
다음 날 아침.
너는 없다.
'몸에 좋은 거 먹자고 예약했댔잖아. 이 바보 멍청아.'
"미안해, 꼭 듣고 싶은 연수가 있어서."
 


은혜와 둘이서만 먹었다.
너를 씹었다.
쓴 나물반찬도 없는데 
이 쓴 맛은 어디서?
 
평산책방을 거쳐
카페오순에서 마무리했다.
셋이 아닌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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