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첫사랑

맹물J 2023. 6. 20. 21:39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이다. 작가의 이름은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봤던가 싶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분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자각했다. 와이에스나비 독서모임 책으로 지정되고 상호대차 신청한 책이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여러 개가 실린 책이란 사실을. <첫사랑> 책의 맨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 첫사랑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가 첫 단편 소설로 실려있다. 읽는 내내 뭐지 뭐지 했다. 조폭같은 어느 사내가 교통사고로 차에 탄 채 추락하는 4.5초 동안을 자그마치 34페이지에 걸쳐서 묘사하고 있다. 아니지 단순히 그 순간만이 아니라 함께 동승한 청바지라 불리는 애인도 아닌 여인과 함께 하게 된 배경부터 이런 저런 장황한 설명들이 불쑥 불쑥 출현한다. 현실 시간 단 4.5초가 소설의 시작과 끝이 되다니.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란 생각이 든다. 시작은 특이할 게 없지만 끝은 갑작스럽다. 마치 전력 질주하다가 절벽을 만난 멈춰 선것처럼 말이다.

단편이란 그런 것인지 함께 실린 8편의 소설들이 대부분 결말은 갑자기 뚝 멈춤이다. 대부분 3~40페이지 불량들이라 일에 몰입하다 에너지 전환이 필요할 때 한편씩 읽기가 참 좋다. 소설인데도 있을 법한 스토리라 현실감도 있고, 무엇보다 표현들이 참 재밌어 금방 빠져들어 읽게 된다. 이런 이야기꾼들은 복을 받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하는가.

이 중에 첫사랑에 대해 잠시 얘기하고자 한다. 첫사랑! 이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 어떤 그림이 가장 먼저 그려지는가? 풋풋한 10대 소녀의 잘 생긴 총각선생님에 대한 짝사랑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덩치 좋은 남학생과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여리 여리한 남학생과의 동성애? 동성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바도 없고, 동성끼리는 연애 감정보다 우정이나 인간에 대한 사랑까지만 짐작이 가능한 나는 읽으면서도 잘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이 표현 뭐지? 그래서 둘이 사랑한다고? 반신반의하며 읽어가다보니 끝이다. 이런 퀴어(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통칭)소설은 처음이라 내가 뭘 이해 못한건가 갸웃거리게 된다.

그러다 오늘 독서모임 멤버들과 토론을 하다보니 미진했던 부분이 구체화되고 인정이 된다. 성소수자든 장애자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특별히 배려하는 것도 차별일 수 있다. 그저 같은 사람으로서의 존중이면 족하다는 결론이다. 다수가 모인 정상이라 일컫는 주류에 속하든 소수의 비주류에 속하든 개개인은 자기 원하는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어쨌든 작가의  과감한 소재 선택 덕분에 평소 생각지 못했던 분야까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다.

여하튼 나 스스로는 선택하기 힘든 책이지만 기분 전환용으로 재밌게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첫사랑 #성석제 #내인생의마지막4.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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