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하라리 <호모 데우스>의 한 대목을 간략하게 옮겨 본다.
우리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죽음 뒤에 숨을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아 그 속도를 늦춰줄 거라는 바람이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둘째, 만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호모 데우스>를 반쯤 읽고 글을 적는다. 과학자들도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끝없이 개발하고 발전시기고 있지만 전체를 아울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어느 분야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파멸로 가지 않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찌하여 그 지점을 찾는다 해도 멈추면 현 시스템이 무너진다.
아래는 '와이에스나비' 독서토론 모임에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주고받은 대화다.
"최근에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느낀 건데 아파트 한 단지가 생기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생기겠더라고요. 아파트 설계부터 공사기간, 하자 보수 인력까지..."
"그래서 양산시장도 임기동안 뭔가 실적을 만들려고 그나마 남아있는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를 지을 구상을 하나 봐요."
"맞아요. 정치적인 이유가 커요. 이명박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한 것도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려도 결국..."
"양산의 마지막 남은 폐를 없애다니, 나는 절대 반대예요. 숨 쉴 공간은 남겨둬야 할 것 아니에요."
"이 많은 아파트에 다 들어올 사람이 자꾸 있기나 한지."
"인구감소로 아파트가 남아돈다는 계산까지 고려하지 않죠. 각자 임기동안만 잘 버티면 된다 생각하니까"
"건설사도 마찬가지고요. 아파트 지으면서 30년 뒤 이 아파트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까지는 절대로 염두에 두지 않아요. 당장 이익 나면 그만이죠."
"그야말로 성장 아니면 침체인 것 같아요. 성장 없이 안정적인 현상유지는 없는 게 맞아요."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실례는 차고 넘쳤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끝없이 성장할 길을 모색해야 하기에 그렇게 바쁠 수밖에 없단다. 체질적으로 사업가 기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엄두도 내지 않지만 기업의 생리가 그러한 것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주인처럼 살고 있는 이 지구가 그런 모양이다. 안정이 아니라 끝없이 성장을 추구해야 굴러가지는 시스템이라고 하니 무섭다. 그것도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다니.
생각할 거리를 참 많이 제공해 주는 책인데 혼자 읽으려 했다면 읽어내기도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같은 주제로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도반 같은 분들이 있다는 게 새삼 고맙다.
우리는 '페이퍼가든(지재)'에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토론하고, 평산책방에서 <채식주의자>를 사고, '천성산 가는 길'에서 두부조림을 먹고 헤어졌다.
#유발하라리 #호모데우스 #평산책방 #채식주의자 #페이퍼가든 #천성산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