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생각

생의 결정적 순간

맹물J 2023. 3. 15. 16:48

친구의 추천으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작가의 책을 펼쳤다. 마흔줄 인생을 살아온 여성이 그렇고 그런 얘기로 중년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책이 겠거니 생각했다. 날개글을 읽으면서부터 바로 자세를 곧추세우고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다 마흔 세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는다. 병의 진행 속도가 느린 관계로 병원을 어느 정도 유지해오다가 더 이상 병원 운영을 지속할 수 없어 문을 닫았다고. 그 때 드는 생각.

무엇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아직도 참 많다. 병 때문이기는 하지만 의사 일을 관두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중국어 공부도 제대로 해 보고 싶고, 진짜 끝내주는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고, 서해.남해.동해를 한 바퀴 쭉 둘러보고도 싶다.'


파킨슨병은 딱히 치료법이 없고, 15~17년정도가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하고싶은 일이 어학공부, 요리해서 대접하기, 여행이라니. 이런 정도는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왠지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싶을 거라는 예상이 여지없이 깨졌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동영상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에도 90세 노인이 남은 인생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을 접할 때마다 인생 별거 없구나.  원하는 삶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그렇게 많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구나.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길어야 1~2년이면 가능한 일을, 무한정 살 것처럼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지길 바라며 미루고 미루고 미룬 것은 아닌지.

더 이상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60퍼세트만 채워졌다고 생각되면 길을 나서 보라.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 사진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오늘이 이 빨간 글이 가슴에 콕 박힌다.

#만일내가인생을다시산다면 #김혜림 #생의결정적순간 #개처럼살아라 #순간을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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