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수서원

맹물J 2023. 2. 6. 23:55

지난 주말(23.2.4~5) 구인사를 다녀왔다. 원래 목적은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남편, 딸과 함께 올해로 3년째 가고 있는 구인사 정초 기도를 가는 것이다. 충북 단양 구인사까지는 못해도 4~5시간은 걸리는 거리라 1박을 하기로 했다. 어머님 말씀으로 절에 가서 기도를 한 뒤에는 어디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오는게 좋은 운을 받는다고 하신다. 그래서 구인사 방문은 둘째날로 미루고, 올라가는 길에 경북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과 부석사를 들리기로 했다.

 

오늘은 먼저 소수서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한다. 사실 사찰 위주의 여행을 즐겨하는 남편은 부석사를 꼭 방문하겠다는 목표는 있었지만 소수서원은 어쩌면 곁다리로 들리겠다는 계획이였다. 비록 학창시절 역사시간을 반쯤 가수면 상태로 보내긴했어도 어쩐 일인지 소수서원 이름만큼은 강하게 인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계획에 부석사과 소수서원의 비중이 바뀌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꾹 참았다. 

 

소수서원은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내린 사액 서원이자 사학 기관이다. 중종 때 주세붕이 성리학을 처음 도입한 안향을 제사 지내고 후진양성을 위해 설립했다. 처음에는 백운동 서원으로 불렸다가 명종이 친필로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써서 내려주어 지금의 소수서원이 되었다. 소수서원에 들어서니 주차장도 넓직해 쉽게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향했다. 성인은 3,000원, 어린이 1,000원, 경로는 우대(무료)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서원을 세울 당시 소나무 천그루를 옮겨 심었는데, 500그루만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있다. 입장료를 내고 입장한 이 전체가 소수서원인가 했더니 박물관, 선비촌, 소수서원 이렇게 나누어진다. 어쨌거나 전체적인 느낌은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산책하고, 휴식하면 평안한 가운데 싯구절이 절로 떠오를 것 같다. 맑은 물줄기를 따라 잘 다음어진 산책길은 참 마음이 맑아지게 한다. 

 

박물관에 들러 탁본도 만들어본다. 나는 지락재, 딸램은 학구재.

지락재!

'지극한 즐거움으로 독서만한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그들끼리만 누리는 기쁨이 있는 듯하다. 

 

학구재!

'독서를 하여 성현이 되기 위한 학문을 구한다.'

 

평소와는 달리 박물관을 돌면서 제법 진지하게 설명까지 자세히 들여다 본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그러면서 교과서에서 그렇게 열심히 봤던 성리학이 유교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자 했던 학문이란 사실이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왔다. 지금처럼 글자의 의미가 새겨졌더라면 역사를 그렇게나 멀리 하지 않았을 텐데.. 항상 깨우침은 한템포 아니 지금은 여러 템포 늦게 온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과거사를 볼 수 있는 흥미가 생기고 개안이 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선물해준 남편님 감사해요.

 

까지호랑이 그림은 그 시대의 지배층이 서민들을 괴롭히는 것을 풍자한 것이라 한다. 

어른들을 따라 다니며 얼마나 습득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딸램은 아래 사진처럼 마치 의자가 있는 듯이 앉아보라하고, 배꼽시계가 울린지 오래라며 투덜이가 된다. 사실 가볍게 둘러볼거라 생각했던 소수서원을 딸램의 재촉에 아쉽게 빨리 나왔다했는데도 2시간 30분이 걸렸다. 

 

나라에서 서적도 하사했다는 소수서원에는 사서삼경도 이렇게 쌓여있다. 

박물관을 거쳐 선비촌, 소수서원을 둘러보는 데 진작에 이런 여행했더라면.. 아니지 예전에도 가끔 보기 했었다. 단지 보고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뿐!  여행을 마치고 와서 남편은 도산서원을 검색해본다. 소수서원을 잼나게 둘러본 지라 따뜻한 봄이 오면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을 거쳐 구인사를 방문하는 여행을 계획 중이다. 과거의 불감증을 통탄하기보다 지금부터라도 새록새록 알아가고 깨쳐가는 즐거움을 만끽해보리라 다짐한다. 같은 맘인 남편이 잘 가이드해줄 것을 알기에 든든하다. 나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함께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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