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는 딸램이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꼭 같이 읽고 엄마랑 토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재밌길래 저럴까? 나는 매주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다. 그래도 딸램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하니 외면할 수 없다. 가까운 도서관에 갔더니 마침 이쁘게 꽂혀 있다. 작가 이름은 이꽃님인데 제목은 섬찟하다. 이 책을 내가 먼저 알긴 했지만 제목 때문에 딸램에게 추천하길 망설였던 부분인데 딸램이 어떻게 알고 읽었다고 한다.
일단 청소년 소설인만큼 장편이나 너무 길지 않다. 이야기 전개는 살짝 추리소설 느낌도 나면서 흡입력 있게 진행된다. 여중고생에게 있음 직한 스토리다. 한때 왕따를 당하기도 했던 가난한 집안의 여고생 서은이와 공부도 곧잘 하는 부잣집의 여고생 주연이 절친이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학교에서 서은이가 죽고, 살인 용의자로 주연이 지목되어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주연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의 평판이 각양각색이다. 정황상 주연이 살인 용의자가 되고 보니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살인자라 단정 지으며 과거의 주연의 행동이나 말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표현한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것이 진실이 되는 것이라고. 그때는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나중에는 거짓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담임선생님도, 경찰도, 친구들도, 검사도 모두 주연이 서은을 죽였다고 한다. 담당 변호사조차 주연을 믿지 못한다. 주연은 처음에는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에는 죽였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모두의 잘못된 믿음 앞에 주연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진실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지도 모른다. 대중의 편견 앞에 홀로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 스토리를 접하면 대세에 휩쓸려 가는 삶이 얼마나 모순 투성인가를 반성하게 된다. 의지적으로, 내가 본 것을 믿으며 올곧게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본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전후 관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 눈에 들어온 그 순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다양한 각도에서 보려는 시도는 해야 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 2>도 나왔다고 하는데 또 다른 관점이 있는지 읽어보고 싶다.
#죽이고싶은아이 #이꽃님 #진실과믿음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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