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딸램이 <엘리멘탈>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친구들이 봤는데 너무 재밌다고. 6년 전 부산에서 양산으로 이사를 와서도 하나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영화 보러도 부산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메가박스는 좌석도 얼마나 편안하고 쾌적한지. 부산 가야동에 살 때보다 오히려 더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사실 굳이 더 찾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딸램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참말 상큼하고 신선했다. 사랑이야기이긴 하지만 부녀지간의 끈끈한 정을 담기도 해서 가장도 함께 보러 가지 못했던 게 참 아쉬웠던 영화다.
한 달 전쯤 딸램의 영어공부를 돕기 위해 영화나 미드를 골라 반복해서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램은 <엘리멘탈>이면 무한반복할 수 있겠단다. 그런데 그 영화를 어디서 볼 수 있까 찾아봐도 쉽지 않다. 그 와중에 <모던 패밀리> 미드를 우선 볼까 하고 가입했던 '디즈니+'에서 엘리멘탈이 있다. 웬일! 넘 반가운 마음에 1년을 결제했다. 마침 할인행사도 있어서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엘리멘탈>은 물, 불, 공기, 흙 4개 원소들이 엘리멘탈 시티에 모여 산다. 파이어랜드에서 이 도시로 이민을 온 불가족. 재치 발랄 열정덩어리 엠버는 불 가족의 업을 이어받을 어여쁜 딸. 유쾌하고 순수하고 감성적인 웨이드는 풍요로운 물 가족의 귀한 아들! 누가 봐도 섞일 수 없는 속성들이지만 둘은 아주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어쩜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걸까? 이런 작품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인지 부러웠다.
딸램과 스크립트도 출력하고 한참을 반복해서 보다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감독 피터손은 부모님이 한국분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두 아들을 낳았다. 손 감독은 낯선 땅, 낯선 사람, 낯선 언어 속에서 부모님께서 억척스레 가계를 일구어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성장과정에서 경험했던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곳곳에 한국적인 정서가 엿보인다. 예를 들면 영어가 익숙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통역을 해주고, 미국인 아내를 맞이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에피소드들이 애니메이션 곳곳에 녹아있고, 엔딩 장면에 엠버와 아빠가 큰절을 하는 모습 등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영화를 보니 재미가 더 있다. 한국적이라 그런지 더 끌린다. 몽땅 대사를 외워버리고 싶다.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손감독의 대사까지도.
'워~ 워~'
욕심만 앞서서 마음이 급하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대사가 들리는 게 신기하다.
딸램의 탁월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아직 못 보신 분들께는 강강강추합니다.
#엘리멘탈 #피터손 #4원소 #원소 #물 #불 #공기 #흙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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