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안동 봉정사 극락전

맹물J 2023. 10. 18. 13:33

추석 연휴 마지막 이틀 동안(2023년 10월 2일~3일)  우리 가족은 경북 안동  봉정사를 거쳐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참 감사하게도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때 맞춰 우리 집 가장이 취소되는 휴양림 룸을 잽싸게 잡았다. 최종 목적지인 구인사와는 1시간 거리가 있는 소선암 자연휴양림. 지난겨울에도 묵었던 곳이라 익숙하다. 부산에서 구인사까지 당일로 다녀오기는 벅찬 거리다. 점점 연로해지시는 시부모의 체력도 그러하고, 여행은 모름지기 여유가 있어야 맛이지 않은가. 울부부는  구인사를 분기별로,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1박 2일로 다녀오기로 진작에 마음을 먹었다.  

어젯밤에는 땅콩조림과 부추겉절이를 만들었다. 소선암에서 김치찜을 해 먹겠다고 했지만 소소한 밑반찬은 있어야겠기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급조했다. 마침 친정 텃밭에서 가져온 부추와 쪽파가 한몫을 했다. 이럴 때마다 퇴직 후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는 가장의 꿈에 나도 한 뼘씩 다가서게 된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짐을 챙기고 딸램과 함께 짐보따리 5개를 어깨에 손에 매고 들고 차에 실었다. 점심에 먹을 김밥을 주문한 솔김밥집도 들렀다. 부산에서 양산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신 어머님, 아버님,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가장. 세 분을 9시 50분 증산역에서 태우고 출발한다.

어머님께서 즐겨 들으시는 트로트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틀고, 초딩 입맛 가장과 아버님이 사랑해 맞지 않는 약과와 과자, 죽염사탕을 먹으며 모두 신이 났다. 손에 습진인지 알 수 없는 트러블이 잘생기는 나는 왠지 밀가루 음식이 범인인 것 같아 꾹 참는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라며 '의지보다는 환경'의 중요성을 수 없이 어필해 보지만 아직까지는 소용없다.  

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 차 안에서 간단히 김밥과 과일, 커피로 점심을 해결한다. 연휴 막바지라 그런지 예상보다 길이 많이 막힌다. 휴게소를 마치 지름길인 양 막힌 도로를 피해 쌩~하니 달려오는 차들이 위험해 보이고 얄밉다. 평상시보다 출발도 늦은 되다 길까지 막히니 일정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좋은 세상. 봉정사로 가는 길 유튜브를 켜고 봉정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영상도 들으며 미리 살짝 공부도 해본다.

봉정사에 도착해 여기저기 둘러본다. 유튜브를 통해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건만 생각나는 건 딱 2가지. 봉정사 극락전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는 것과 앞에 3단, 옆에 4단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인(人) 자 모양을 한 맞대 지붕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최초, 최고라는 말에 의미를 두어서인지 진짜 우리나라 최초의 목조건축물이라고? 의심을 하니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이 서로 최초 목조건물이라 우기는 격이다. 전해지는 기록은 없지만 보수 공사한 기록을 가지고 미루어 짐작컨대 그렇다는 것이다. 맞배지붕은 가장이 하도 강조하며 저 모양을 보라며 손짓해 가르쳐주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봉정사 극락전 3단, 4단, 맞배지붕
봉정사 극락전 천장
봉정사 극락전 한 벽면과 바닥

봉정사는 통일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지었다고 전한다. 누군가 절을 건립하였다고 해서 절 안의 모든 건물이 그 당시 일시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사찰의 건립 연대와 사찰 내의 각각 건물의 건축시기가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당연한 사실을 고려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연대 기록들을 보면서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 그토록 알러지 반응을 보이던 역사가 나이가 들고, 우리 국토 여기저기를 가장의 안내로 밟아보니 새삼 흥미롭고 관심도 생긴다.

봉정사 입구

참 봉정사는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다녀가시고, 사후에 49제까지 지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기록이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1999년 4월 21일 방문

다음 코스는 계획대로라면 도산서원을 가야 하지만 너무 늦어질 듯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바로 숙소인 소선암휴양림으로 향했다.

소산암 휴양림 입구
소선암 휴양림 산책길
산책길 따라 흐르는 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어머님께서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으신지 방으로 가서 누우신다.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지라 걱정이 된다. 도산서원을 생략하고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웬만해선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시는 어머님은 우리가 간다고 했으면 꾸역꾸역 따라 나셨었을 거다.  

저녁메뉴로 준비한 김치찜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이다. 요리하기는 더없이 간단하지만 단지 시간이 걸린다. 챙겨 온 웍을 꺼내 묵은지와 삽겸살, 감자 몇 개를 차례로 담아서 낮은 불로 가열한다. 가장이 주변을 산책하고 오자고 제안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둘이서만 나섰다. 매번 휴양림을 들러도 주변 경치는 즐기지 못하고 잠만 자고 나가는 일이 대부분이라 늘 아쉬웠던 터다. 야트막한 산길도 천을 따라 흐르는 산책길도 운치가 있다. 물소리가 청량하다. 충분히 휴양을 즐길만하다.

너무 오래 산책길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딸램에게 전화를 건다.
"딸램, 김치찜 타는 냄새 안 나?"
"응, 괜찮은데.."

어느새 어머님께서 일어나셔서 김치찜을 살피고 계신다. 김치찜, 부추겉절이, 맛김, 땅콩! 소박한 밥상이지만 늘 칭찬을 아끼지 않고 먹어주는 식구들이 있어 좋다.
"김치찜과 김의 조합이 신의 한 수네."
가장의 칭찬이 가장 거짓 없다. (집에 돌아와서도 김과  김치찜의 조합을 찾는 식구들. 오늘 저녁메뉴로 당첨.)

소선암 휴양림 저녁밥상

식후 과일이 좋지 않다고 누누이 들어오지만 수십 년 베인 습관을 쉬이 바꾸지 못한다. 디저트가 아니라 술상이라며 애써 합리화한다. 술상이라기엔 좀 그렇다. 아사이 맥주 한 캔! 을 나눠 마시는 걸로 충분히 흡족한 사람들.

디저트 겸 술상

이렇게 소선암 휴양림에서의 밤을 마무리하고 잠든다.

#봉정사 #극락전 #안동 #소선암휴양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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