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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대장암 검진 받고! 치킨도 먹고!

맹물J 2024. 5. 23. 14:02

아침에 퇴근한 가장과 함께 집에 있자니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늘 하던대로 컴포즈 커피를 한잔씩 사서 황산공원에 찔레장미를 보러 가기로 했다. 차를 몰고 나오는데 멀리 보이는 산이 흐리다. 미세먼지가 오늘도 우리의 쉼터를 장악한 모양이다. 차를 원동으로 돌렸다. 어딘가 우리를 반길 카페가 있을거라며 꼬불꼬불 길을 따라간다. 대낮임에도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 '가마등'이 눈에 띈다. 카페에 들어서니 넓은 창 너머로 첩첩 산들이 보이고, 멀리 낙동강도 살짝 비친다. 이 좋은 경치에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이라면 더 없이 좋으련만. 나는 뜨아, 가장은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앉았다.

'어머나! 새다.'

지붕만 있는 카페 안으로 이름 모를 새가 '찍찍찍' 소리를 내며 날아와 앉는다. '쫑쫑쫑' 병아리마냥 걸어다닌다. 손님들이 흘리고 간 쿠키 부스러기라도 찾는 걸까? 새도 자연이고, 산도 나무도 자연이고, 사람도 자연인데 함께 이렇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미세먼지를 피해 카페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  이쁜 새야 너는?' 갑자기 미안하다. 자연은 엄마다.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준다. 입에는  맛난 먹을 거리를, 눈에는 초록초록으로 편안함을, 코에는 신선한 공기를, 귀에는 새소리 바람소리를. 나이가 들어가며 그  한 없는 사랑에 점점 더 감사함이 깊어진다. 그런데 이제 엄마가 지치고 힘들어한다. 더 이상 그래도 달라고 떼를 쓰는 철부지 자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장은 이런 저런 고민거리로 폰에 빠져있고, 혼자 초록이 나무와 새 소리에 감동의 파도를 타고 있는데 톡알림이 왔다. 발신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올해 위, 유방, 자궁경부검진 대상자임을 알리는 메시지다. '나는 안받아도 될 것같은데...' 생각하는 차에 이벤트 제목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위암, 대장암 검진 받고! 치킨도 먹고!"

'앗! 이건 뭐지?'
깜짝 놀랬다. 나만 그런가? 지금부터 두달 안에 검진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경품으로 '치킨 1마리와 콜라'를 준단다. 이것이 상식에 맞는 말인가? 치킨과 콜라가 위암, 대장암의 원인이 될 것같은데. 그것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나라의 녹을 먹고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감히 생각할 수 있는 이벤트란 말인가? 이런 이벤트를 누군가 구상하고 제대로  검열도 없이 실행하는 조직이라면 그 구성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분노가 인다. 내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세는구나. 연말에 검진이 몰리는 것을 피하고 조기 검진을 독려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이벤트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내 짧은 생각으로도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도 좋고, 친환경 계란이나 두부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 등. 생각해보면 건강에 도움될만한 보상 이벤트도 차고 넘칠텐데.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에 작으나마 도움도 되고. 참말 씁쓸한 이벤트 제목이다.

이 이벤트가 부하직원의 발상이라면 국민에게 잠깐의 기쁨을 주겠다는 깜찍한 발상은 기특하나 당연히 반려를 했을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 아닌가?
'치킨, 콜라 먹고 2년만다 꼬박꼬박 위암, 대장암 검사 받으세요. 암이 발견될 때까지!'  
이런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괜스레 화기가 오르고, 키보드 두드리는 손이 거칠어진다.
'에~이!'
'집어춰, 이 따위로 할거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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