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김밥
며칠 전 야심차게 우엉조림을 만들었다.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도 좋고,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에 열심히 도시락 반찬으로도 싸 다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혼자만 먹고있다. 우엉채를 너무 굵게 썰어서 나무토막같은 느낌도 살짝 있긴하지만 식구들은 밥상 한가운데 놓여 있어도 젓가락이 피해 다닌다. 이 좋은 우엉을 온식구들이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옳거니, 비빔밤 다음으로 훌륭한 한그릇 음식 김밥이다.
김밥은 참 장점이 많다. 남은 반찬이나 채소들을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간편하게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이다. 바쁠 때는 재료를 미리 준비해뒀다가 2~3일정도는 그때 그때 밥만 지어도 갓한 김밥처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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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조림 하나를 보고 시작한 김밥이 냉장고에서 운명을 달리할뻔한 오이와 깻잎도 살려내고, 냉방에서 추위로 동련상련을 겪은 계란과 당근까지 친구하자며 불러냈다. 김밥에 단무지가 빠지면 무슨 재미? 어제밤 급히 쿠팡에서 그나마 첨가물이 덜 들어간 놈으로 새벽배송을 받았다. 남의 살이 하나도 없어서 섭섭할까봐 냉동실에서 동면에 든 돈까스도 한장 꺼내 살짝 굽듯이 튀겼다. 애석하게도 사진에 잡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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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에 어설프게 시작된 김밥 준비가 더 바쁜 걸음을 만들었다. 준비된 재료 사진을 찍고,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위생장갑을 낀 손이 번거러워 딸램에게 사진을 찍어달랬더니 원본사진이 블러처리를 한거마냥 흐릿하다. 역시 주인된 자와 아닌자의 차이인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마자 비몽사몽 혼미한 탓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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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김밥은 안성되었다만 우엉김밥 이름이 무색하다. 이름을 당근김밥이나 콤비네이션김밥 쯤으로 개명을 해야할 것 같다. 어쨋든 출발은 우엉이였으므로... 쭉~ 우엉김밥으로 밀고 나가본다. 그런데 어찌 김은 4장밖에 없는지. 아쉽지만 2줄은 아침식사로 나머지 2줄은 점심 도시락과 남편의 점심으로 남겼다. 남은 재료는 다시 본고향 냉장고로 직행하셨다.
#우엉김밥 #콤비네이션김밥 #우엉조림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