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동 벚꽃 구경

맹물J 2023. 4. 4. 22:05

지난 3월 31일 금요일, 남편 지인의 초대로 1박2일 벚꽃구경을 떠났다. 행선지에 있으니 본다가 아니라 벚꽃을 향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어색함과 설렘이  공존한다. 게다가 1박을 하는데 세면도구와 물, 군것질거리 약간 챙겨 떠나는 가벼운 여행은 또 처음이라 낯설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동으로 가는 고속도로, 국도 어디든 쉽게 벚꽃을 볼 수 있어 굳이 벚꽃을 보러 하동까지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친다. 그러나 그보다 참 좋은 분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우리 가족을 초대해주심에 감사함이 훨씬 크다. 더욱이 공유가 화보를 찍었다는 아원산방 독채에  머문다니 그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남편이 가까이 지내며 많은 배움과 도움을 받고있는 분이라니 더 호기심 천국이 된다.

하동 아원산방 가는 길

2시간을 달려 하동에 들어서니 군데군데 쭉쭉 뻗어있는 벚꽃터널이 절정을 이룬다. 벌써 몇달전에 예약해둔 날이라는데 참 날씨도 벚꽃만개 시기도 기가 막히다. 기대했던대로 아원산방 입구부터 벚꽃이 활짝 양팔을 벌리고 우리 가족을 환영한다. 또 초대해주신 두분 아름다운 커플이 먼저 도착해 우릴 반겨주시고, 은발의 산방 주인장님의 푸근한 미소도 정겹다.

아원산방 뜰


간단한 짐을 옮기고 마당을 둘러보니, 곳곳에 핀 꽃들과 초록초록 이파리들이 완연한 봄을 보여준다. 마당에는 벌써 녹차을 우려 마실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주인장님의 배려인지 부장님의 헤아림인지 알 수 없다. 따뜻한 녹차 한모금. 부럽고 매끄러운 목넘김과 씁쓸한 단맛이 참 좋다. 때 맞추어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리는데 우리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동영상을 일부 촬영했지만 현장에서의 감동의 반도 담지 못했다. 참 감미로운 녹차맛. 연거푸 계속 마시고 싶었는데 두잔 밖에 마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벌써 저녁식사를 위해 일어나야 했기에.

아원산방 마당에 테이블 위 찻잔
아원산방 마당 수각?
아원산방 마당 벚꽃하트
공유 아원산방 화보(epi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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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아저씨 자리에 앉은 딸
아침에 방문 앞에서

주인장님이 소개해주신 혜성식당에 걸어가서 재첩정식?을 먹었다. 부장님이 미리 알아두신 멋진 카페, 더로드101에서 자몽에이드와 쑥차라떼도 마시고, 딸램을 위해 벚꽃브레드도 사주셨다. 벚꽃브레드에는 왜 앙꼬가 없는 것이냐며 투털거리는 두 남성분. 아무리 생각해도 벚꽃잎을 보고 앙꼬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부장님의 기억을 믿고 가깝다며 걸어서 갔던 카페 길이 돌아오니 1만5천보가 넘었다는 사실은 안비밀이다.

화개장터 새벽두부

다음 날 아침, 부지런하시고 배려심 많은 두분 덕분에 우리 가족은 편안한 아침을 깨웠다. 이른 아침 드라이브를 즐기시고, 양손에는 화개장터에서 사오신 따끈따끈한 손두부와 볶음김치! 아무런 음식을 준비하지 말라시더니 이런 감동을 주실라고. 아침마다 우리 식구들은 콩물을 마시는데 구수한 두부로 대신해 주실 줄이야.

섬진강 데칼코마니

산방을 나와서 벚꽃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벚꽃길을 따라 걷는다. 꽃눈이 차도와 인도 사이 수북히 쌓여있다. 좀 유치해보이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랴. 내가 벚꽃잎을 양손 가득히 쥐고 꽃비를 날리면 남편은 다정한 커플의 사진을, 우리 가족은 또 두분이 잘 연출해 찍어 주신다. 어딜 가도 가족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에는 두 분 덕분에 참 많이 찍을 수 있어 감사하다. 저 멀리 보이는 섬진강?에는 데칼코마니 미술작품도 보인다.  

다음 코스는 지리산치즈랜드. 치즈랜드에 치즈는 없다. 다행인 것은 맛있는 요거트는 있다. 기대했던 치즈 공정은 볼 수 없어도 노오란 수선화가 무리지어 반겨주니 좋다. 한켠에는 때묻고 냄새나는 양들이 치즈랜드임을 주지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10여년전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실제 양을 처음보고 워낙 컸던 실망덕에 이번에는 무던할 수 있었다. 딸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살짝 염려되긴 한다. 귀엽고 보슬보슬 뽀얀 양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교과서로만 배워서 그런게지.

유종의 미라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쌍산재! 참 맘에 들어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윤스테이 촬영장이라고 하는데 한번도 보지 못한 프로그램이 잘은 모르겠다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입장료 1인당 1만원에 매실차나 아메리카노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차를 한잔씩 받아들고 여기 저기 산책하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둘러 앉거나 걸터 앉아 얘기를 나눈다. 지겨워질만 하면 또 걷는다. 쭉쭉 시원시원하게 뻗은 대나무 숲도 있고, 아기자기 이쁜 곳도 많은 고택이다.

언제나처럼, 방문한 곳마다 사진을 이쁘게 남기지 못하거나 아예 찍지를 못해서 매번 아쉽다. 그렇게 습관이 잘 안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글을 쓰려할 때마다 느낀다. 짧은 글솜씨로 애써 묘사하는 것보다 제대로된 사진 한장이 더 효과적임을 알면서도 현장에 있으면 뒤를 생각하지 못한다.  

1박2일 참 고맙고 귀한 분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얻는다는게 얼마나 어렵고 값진 일인지 알기에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하고싶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남편이 좋은 사람이기에 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가까운 사람을 더 소중하게. 가족부터. 나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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