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사
구인사는 숙소 소백산휴양림과 5분 거리에 있다. 구인사를 거쳐 집까지 해가 지기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침식사로 떡국을 준비한다. 아가씨네 떡집에서 공수한 쫄깃한 떡국떡만 있으면 반은 성공이다. 떡은 물에 잠시 담가두고, 집에서 만들어온 육수와 볶은 소고기로 맛이 우러나게 끓인다. 불린 떡을 넣고 한소쿰 끓이고, 계란 탁! 쪽파 쏭쏭! 대접에 담아 향긋한 들기름과 김가루 솔솔. 남편이 맛있다하면 맛있는거다.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맛있다하니 속으로만 쾌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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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에 도착해 서둘러 어딘가를 가시는 어머님! 난감해하는 표정이시다. 절에 가실 때는 항상 1000원짜리를 두둑하게 준비하신다. 이번에는 부족해서 5만원짜리를 바꿀 참이였는데 오전에는 안된다고 하신 것이다. 법당마다 다니며 3배를 하는 곳도 있고, 3배 3번을 하는 곳도 있다. 3배마다 불전함에 1000원짜리를 넣어야 하는데 다섯식구니까 꽤나 많은 개수가 필요하다. 꼭 그렇게 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몇십년을 그렇게 해오신 어머님으로선 영 불편한 기색이다. 그래도 어쩌랴. 여기저기 물어봐도 안된다는 것을.
설법보전, 광명당, 광명전, 역대조사전, 삼보당, 판도암, 설선당, 적멸궁, 강건너 2대 종정 산소까지 구인사에 올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들러 절을 하는 곳이다. 천태종 1대 종정(불교 각 종단의 최고 지도자)스님의 산소인 적멸궁에 가는 길은 30분이상 등산을 해야하고, 2대 종정 스님 산소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울어머니처럼 굳은 염원을 담고 계신 분은 '다리가 아프네, 번거럽네'가 없다. 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하셔도 '이까이꺼 암치도 않다' 하신다. 이래 진심으로 기도해서 내 새끼들, 내 손주들이 좋아지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야 한달, 백일 새벽기도도 거뜬히 해내신 분이다.
어머님은 기도만 하시는 나일롱 불자가 아니다. 생활 전반이 부처님의 불제자 답다. 개미 한 마리, 고동 한개라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남에게 해가 될 말이나 행동은 일체 하시지 않고, 궂은 일은 먼저 나서서 하신다. 며느리 밥 챙겨주는 건 맘이 편해도 며느리가 설겆이하는 모습은 편히 못보시는 분이다. 종교를 그 신자들을 보고 선택할 일은 아니지만 어머님을 오래 지켜보신 분이라면 부처님을 믿으면 저리 좋은 사람이 되는가 할 것이다. 난 50평생 이리 좋은 분을 만나본 적이 없다. 마침 그런 분이 내 남편의 어머님이란 사실만 봐도 나는 큰 행운아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곳곳마다 3배를 수차례 드리고 점심공양까지 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구인사에 한 열흘 머물면서 절에서 주는 공양만 먹는다면 왠만한 성인병은 싹 다 나을 것이다. 여기서는 평소 잘 먹지 않는 자판기 믹스커피 마저도 맛있다. 남편은 맑은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란다. 어제밤 오랜만에 맛난 점심을 먹겠다며 열나게 검색한 남편 손가락이 허공을 배회한다.
그렇게 우리가 계획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귀가했다. 1박 2일 정신은 샤워를 했으나 장거리 운전으로 찌뿌드드한 몸을 위해 낼은 온천을 다녀오기로 하고, 부녀는 잠이 든다. 나는 낼 있을 독서모임 책을 부여잡고 자정을 넘기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적절한 사진이 없다ㅜㅜ 항상 기록으로 남길 것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자. 꼭!)
#구인사 #적멸보궁 #적멸궁 #종정 #조사전 #삼보당 #불자 #불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