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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여수 1박 2일 2편

맹물J 2024. 3. 25. 17:27

숙소 베이원파크에서 창문을 통해 맞이하는 아침은 나쁘지 않다. 상상했던 근사한 여수바다는 아니라도 고층아파트와 부둣가의 어수선함이 어우러진 묘한 사람 사는 냄새가 있다. 아 1편에 아침 사진을 올려 버렸다. 역시 여행후기는 다니면서 바로바로 쓰거나 여행을 마치고 하루 이틀 안에 끝내 버려야 한다. 열흘가량 지나고 나니 그때의 감상이 퇴색되고 지금의 상념이 이염되는 폐단이 생긴다. 어쨌든 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
 
이튿날 일정은 여유가 있었기에 아침 식사로 단팥죽도 해 먹고, 모닝커피도 한잔씩 한다. 냉장고에 있던 커피가루가 사실 맛이 없긴 하다. 그래서 어머님, 아버님께 차 마시는 사진만 찍고 다 드시지 말라고 말씀드린다. 숙소가 만족스러웠던 만큼 뒷정리도 거의 완벽 수준으로 하고 숙소를 나선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울집 가장은 언제나 깔끔한 뒷정리 대마왕이다. 우리가 머물고 간 숙소 주인들은 투숙객에게 평점을 준다면 별점 5개를 망설임 없이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가장이 지인을 통해 여수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한다는 김밥집을 소개받고 점심식사부터 챙겨두기로 했다. 제목은 '바다김밥'이란다. 모둠세트를 주문했는데 포장이 무슨 고급 호두과자를 포장해 주는 듯하다. 하늘색 바탕에 흰 글씨, 투명 비닐을 통해 보이는 단아한 모습의 김밥! 참 이쁘게 담겨있다. 받을 들었을 때의 기쁨이 크다. 

여수 바다김밥

 
오동도는 관광객이 많아서 주차가 어려우니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단다. 그치만 가장이 으스대며 하는 말
"남들 따라가지 말고, 우리는 아버지가 자산 이명*이니까 자산공원에 주차를 하면 돼. 설마 아버지공원인데 주차를 못하게 하겠나? ㅎㅎㅎ 자산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전망도 더 좋고 곤충박물관도 구경할 수 있고 좋은 게 많아. 사람들은 잘 몰라서 지정된 주차장으로만 가거든."
정말 내비가 시키는 대로 가다 보니 갈림길에서 자산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아버님 호와 같은 이름의 공원이라 더 반갑다.
 
자산(紫山) 공원은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일출 때 산봉우리가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끝까지 올라가면 넓은 평원에 거북선 모양을 한 '여수항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있다. 그 왼쪽으로는 우리나라 최대, 15m 높이의 충무공 이순신장군상이 있고, 그 뒤로 내려가면 팔각정이 보인다.

자산공원내 여수항 해상교통관제센터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내려다본 오동도

 
먼저 관제센터 제일 꼭대기층으로 올라가서 전망을 보면 오동도와 더 넓은 여수바다에 수많은 유조선이 떠 있는 게 보인다. 어제 여수로 진입하여 들어오면서 국가산업단지를 보며 깜짝 놀랐다. GS칼텍스, LG화학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당당하게 간판을 달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펼쳐져 있다. '여수에 이런 대기업이 많으니 부자 도시인가?', '정유 공장이 있으니 기름값, LPG값이 더 쌀까?' 혼잣말을 내뱉아 본다. 이런 대단위 중화학공업단지 덕분에 그 유명한 여수밤바다가 탄생된 것이라 한다. 웅장한 기계설비에 설치된 수 만 개의 조명이 부리는 조화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든다. 그 하모니를 피로함에 양보한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의 애마에게도 산지의 값싼 밥을 먹여볼까?"
LPG를 먹고사는 우리의 애마를 위해 GS칼텍스 충전소를 찾았다가 휙 돌아 나오고 말았다. 평소 동네에서 넣는 것보다 리터당 100원씩이나 비싸다. 
"농수산물도 산지보다 많이 모이는 대도시가 더 질도 좋고 싸잖아." 
 
어쨌든 저 아래 '전망대'라 이름 붙은 곳보다 더 전망을 보기 좋은 관제센터 꼭대기에서 전망을 보고 내려온다. 건물 뒤로 팔각정에 가면 이곳은 연인들의 성지인가 싶다. 나무든  담장이든 탑이든 붙일 수 있는 곳에는 모두 하트모양의 나무조각이 매달려있다. '누구❤️누구'를 새겨서. 

 
그곳도 다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오동도 공식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이쯤 되면 가장의 세심한 준비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수월하게 여행을 하고 있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동도 방파제 입구에서 오동도까지 셔틀(동백열차), 자전거, 도보 모두 가능하다. 우리는 걸으면서 바다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를 선택한다. 바람은 있지만 다행히 날씨는 적당히 따뜻하다. 추운 것을 극혐 하는 나는 절대로 겨울에는 오동도를 찾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20분 정도 걸어가면 오동도 입구가 나오고 3~4분을 걸어 올랐을까. 정작 동백나무 숲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백꽃을 오동도에서 만난다. 혹자는 동백꽃은 세 번을 핀다고 한다. '나무에서 한 번 피고, 땅바닥에서도 피고, 내 마음에서 또 한 번 핀다.' 동백꽃은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송이째 톡 떨어지니까 땅에 떨어진 모양도 이쁘다. 그것들을 열심히 주워 모아 딸램이 하트를 만든다. 주워주는 수고는 엄마와 할머니가 맡았다.

오동도 동백꽃
딸램이 만든 동백하트

오동도에서는 여러 갈래 길이 있어 길마다 따라가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하다 보면 제법 운동이 된다. 나중에는 저기도 가보면 비슷할 거야 라며 몇 곳은 패스하기로 한다. 점점 다리가 묵직해져 온다. 돌아갈 때는 동백열차를 타자는 가장의 제안이 반갑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갈 시간이 마침 12시~1시 점심시간이다. 동백열차도 점심시간이란다. 딸램은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이가 된다. 마지막까지 칼로리를 열심히 태우고 주차된 자산공원에 도착한다. 이순신장군님 옆 나무그늘에 앉아 아침부터 사명감으로 사 온 바다김밥과 과일 등으로 주린 배를 달랜다. 이 순간이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다. 적당한 피로감과 허기 속에 입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식사시간!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바다김밥을 몇 개 드신 어머님 왈
"너희가 매번 양산에서 사 오는 그 꽁다리 김밥이 더 낫다."
"그렇지예? 나도 뭔가 양념은 많이 들어갔는데 깔끔한 맛이 없어서..."
달인 꽁지 김밥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고 소문난 김밥 한 번 먹어본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해상교통관제센터 1층에는 나비박물관이 있다. 박제된 총 천연색의 나비들이 참 이쁘기도 하다. 나비를 닮은 나방도 있다.
"나비와 나방은 뭐가 다르지?" 
가장의 질문에
"나비는 몸통이 작고 가는데 비해 날개는 엄청 크네요. 나방은 몸통은 통통하고 날개는 작고." 나의 대답이다.
나름 정답에 근접한 것같아 뿌듯하다. 나오는 길에 팜플렛을 집어 나온다. 마지막 페이지에 보란 듯이 나비와 나방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놨다. 먼저 보이는 차이는 나비는 낮에 활동하는 반면에 나방은 밤에 활동한다. 나비는 앉을 때 날개를 완전히 접어 사뿐히 앉는데 나방은 활쫙 펼쳐 앉는다. 이 외에도 2가지가 더 있었던 것같은데 기억에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나비공부까지 덤이다.
 
이렇게 1박 2일 광양, 여수 여행을 마무리하고 이순신대교를 달려 부산 가야집으로 도착한다. 봄을 알리는 동백꽃을 찾아 전라도까지 다녀온 우리의 갈망을 바로 어머님집 앞 활짝 핀 목련이 무색하게 한다. 

이순신 대교, 어머님댁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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